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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의 두번째 뇌

미래에 대한 생각

by DeveloperHan 2020. 12. 31.

커서 뭐하고 살지 고민하는 건 너무 질리는 일인데도 그만둘 수가 없다.

남들보다 진로에 대해서 빠르게 감을 잡은 건 확실한데 여전히 자주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질 때가 많다.

올해도 그랬다.

 

근데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생각을 할 때 나를 방해하던 친구들(내신 공부같은 것들...)이 조금은 없어졌다는 것?

이 차이점을 통해 더 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근데 아직도 결론은 못 내렸다. ㅋㅋ

 

아래는 내 인생 얘긴데 이 글이랑은 관련 없다. 쓰다 보니까 나와서 주제에 안 맞길래 더보기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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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컴퓨터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떠올려보면 별 이유는 없었고 그냥 잘했다.

타자도 빨랐고 워드나 엑셀도 알려주는 대로 잘 받아먹고 초등학교 때 C도 봤다(물론 못했음ㅎㅎ)

요약하면 그냥 잘하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좋아졌다는 뜻

 

그래서 중학교 올라갈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정보올림피아드 시대회에 나갔었는데 그 작은 꼬투리 하나 가지고 학교 공부를 할지 컴퓨터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능력이 되었다면 둘다 했겠지만, 내 뇌로는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공부를 택했다. 안전제일

 

집에서 꽤 멀리 공부 잘하는 중학교로 갔다 그리고 컴퓨터는 접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했다.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시골 수학의 참맛을 도시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결과가 잘 나와서 그 이후로 자만심에 공부를 안 했다

게다가 2학기에 자유학기제가 시험 운영돼서 1학년 중간 이후로 공부는 일절 안 하고 2학년이 되었다

결국 중학교는 학교 공부도 내신도 아무것도 못 챙기고 졸업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정신을 차렸는데 차리고 보니 컴퓨터 실력은 컴퓨터만 판 친구들에 비하면 형편 없었고 공부도 못했다. 컴퓨터는 못하니까 그냥 일반고에 가서 내신 따고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 때는 좀 열심히 살았다.

가보니까 학생부종합전형이 트렌드라고 해서 난 내신 공부도 하면서 컴퓨터도 공부했다.

(같이 컴퓨터 좋아하는) 친구 잘 만나서 그 친구랑 정말 많은 것들을 하고 정말 많이 성장했다.

성적도 1등은 아니지만 전교권으로 챙겼고 여러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도 다룰 줄 알게 되고 교내외 여러 가지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

 

입시 때 이곳 저곳 붙었고 결국 연대에 왔다. 사실 (카이스트 아닌) 과기원도 붙었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선택을 잘 한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평생 확실하게는 모를 것 같다.

 

2020년 어떤 시점의 나는 실리콘밸리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샌가부터 그 동네의 수평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또 실리콘밸리가 아니라도 얼리어댑터스러운 개발자 문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너드가 되자고 결심했다

좋은 꿈인데, 너무 추상적이었다 ㅋㅋ

웹개발도 한동안 재밌게 했었지만 개발자는 (많은 경우) 남들의 지시를 구현한다는 게 좀 맘에 안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입시때 쓴 자기소개서 최종본을 읽었다.

자소서는 어떤 컨설팅도 없이 전부 혼자 썼던 거라 내 꿈을 잘 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초학문과의 연관성을 체감하면서 수학을 이용해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인 컴퓨터 계산 구조를 제시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의 나는 theoretical cs를 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잊어버렸나 보다

 

너무 당돌해서 처음 읽은 순간에는 엄청 당황했다. 근데 점차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때 reverse engineering을 잠깐 했었는데, assembly를 만지고 C로 분석 프로그램을 만지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렇다고 보안쪽은 또 아니었다.

포너블이나 ctf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단, 그냥 프로그램의 점점 깊은 부분을 구경하는게 재밌었다

근데 이건 시스템이지 theory 쪽은 아니다

 

시스템에서 theory을 하고 싶게 된 계기는 컴퓨터에 대한 교양서적처럼 위장한 어떤 책으로부터 나왔는데

거기서 P-NP problem으로 시작해 turing machine에 관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내가 지금 읽는 내용이 컴퓨터인지 수학인지 논리학인지 뭔지 혼미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전에 더 효율적인 theory로 컴퓨터를 정의하자' 였다

 

사실 자소서를 쓰는 저 시점에 theoretical cs라는 분야가 있는지도 모르고 썼다

그런 점에선 정말 대단한 생각이었다고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이 꿈은 지금 보면 웃기다 ㅋㅋ

포부는 좋은데 너무 비현실적이다 천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들한테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바뀐 진로가 실리콘밸리 너드였나 보다

근데 '사실상 수학자'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혁신을 만드는 멋진 개발자'는 너무 급격한 변화긴 하다

꿈이 바뀌었다기보다 두 꿈이 번갈아가면서 조금씩 커져 온 거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게 아마 현상과 더 비슷할 거다

 

학문과 응용의 중간쯤을 의식한 걸까, 연구를 진로로 생각하게 됐다

갑자기 연구에 꽂혀서 우리 학교랑 서포카, 몇몇 과기원의 연구실을 거의 다 둘러보고 흥미를 탐색했다

 

AI 랩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실리콘밸리 가려면 AI 쪽이 되게 유망하다

근데 난 뭔가 AI에 흥미가 안 갔다. 이건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엄청 많은 친구들이 AI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난 음..

AI는 내가 아는 '명료한' 지식들에 비해서 덜 명료하다고 생각했다

다르게 말하면 난 해를 구하는 게 좋은데 AI는 근삿값을 구하는 느낌이어서 흥미가 안 갔다

 

또 theoretical cs 랩도 있긴 있었다(근데 국내에 몇 개 안 됨 ㅋㅋ)

음.. 흥미는 있지만 또 랩마다 다르겠지만 컨퍼런스 풀이나 연구실 규모가 AI 랩들에 비해선 작아 보였다

무엇보다 AI 랩들이 하는 것들을 보면 내 비루한 지식으로도 뭐 하는지는 알겠는데 이런 랩들에선 도통 모르겠었다

좀 자세히 말하자면 theoretical cs를 연구한다는 게 뭘 위해서인지는 알겠는데, 천재가 아닌 평범한 학부생이 졸업 후 그 랩에서 연구의 어떤 부분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었다 그래서 애매했다

(중요한 거 말 안한게 있는데 난 돈 많이 벌고 싶다 ㅎㅎ 근데 내가 천재가 아닌 이상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 지 생각이 안 났다)

 

그나마 시스템 쪽이 제일 흥미가 갔다. 풀이 얼마나 넓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요가 항상 있기도 하고, 학문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학문'의 정의에 대해서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일단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자소서에 있던 컴퓨터의 계산 구조를 개선한다는 포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여기가 제일 가까웠다

아마 os 쪽 공부하면 나름 맞지 않으려나...

 

근데 미래에 대한 생각은 바뀔지도 모르고.. 라기보단 거의 무조건 바뀔 것 같고

그래서 일단은 확실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theoretical cs를 한다면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장된 분야라 미국 가야 하고

시스템을 연구해서 교수 되려면 미국에서 박사 따야 한다

또 세상을 바꾸는 너드를 한다면 실리콘밸리에서 하고 싶다

 

그래서 일단 미국 박사를 단기적인 목표로 잡았다

앞으로 뭘 공부하고 싶은지는 계속 고민할 거니까, 일단 미국으로 박사를 가기 위해서 필요한 걸 준비하기로 했다

 

gpa gre 토플 sop cv lor 인터뷰 다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연구 경험 같았다

우리나라에 학부 연구 문화가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건 어쩔 수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냄새라도 맡아보려고 담 학기 다니고 군대 제대후에 바로 랩인턴을 하기로 계획했다

랩인턴은 AI 랩에서 할까 생각 중이다

최대한 빨리 연구실에 발이라도 들이기 위해서 다음 학기에 AI 관련한 내용들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들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1학년 동안 47학점 들었다 ㅋㅋ 담학기엔 전공만 들을 거다)

 

글을 쓰고 나니까 뭔가 용두사미 느낌인데..

뭐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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